신인류(NEW HUMANITY)

이동수

  • Typology
    예술 비축 센터
  • Location
    부산 수영구 수영로 521번길 충무기지
  • Size
    3693m²

신인류 : 예술을 통해 새로운 인류로 도약하다.

 

부산 수영구 광안동 수영로, 521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다르는 곳에 방공호가 숨겨져 있다.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에 지어져 1972년까지 군사시설로 이용되었다. 시간이 흐르고 1998년 부산 시청이 연제구 연산동으로 이전되면서 청사 내에 새로운 충무시설이 지어졌다. 그리고 현재 2020, 이 오래된 충무시설(방공호)2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.

현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사라져가는 작가와 그들의 작품이다. 한 해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지도 못해 썩어가고 있다. 물론 이들에게 다방면으로 전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만, 국가의 편중된 유망 예술 사업 지원도 커다란 작용을 하고 있다. 우리에게 누구나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 작품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. 하지만 기간이 지나거나, 트렌드가 바뀌면 어떤 작품들은 다시 외면되기 쉽다. 나는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도록,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비축하려 한다. 단순히 작품을 쌓아 보관하는 게 아닌 작품을 재실현할 수 있도록. 먼저 가장 외면되고 있는 조형’ ‘문학’ ‘을 우선적으로 비축할 예정이다. 그리고 이 비축되는 과정과 공간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는데 자세한 설명은 제안서 4P에서 확인할 수 있다.

공간에 들어서면 보이는 프론트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페피타(PEPITA)’ 라는 칩과 함께 사용 설명서가 걸려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. 사과나무를 둘러싼 레일에 페피타 칩이 걸려 있는데 페피타는 스페인어로 사과나무의 씨앗을 지칭하며 이는 비축의 희망을 의미한다. 이렇게 칩을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공간을 지나면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비축 공간은 바로 조형관-물질이다. 조형관은 작품이 피부에 와 닿아 느껴질 수 있도록 스케일이 커졌으며, 중앙에 위치한 컴퓨터에서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 후 페피타 칩을 넣으면 바닥과 천장에 있는 작은 모듈들이 작품을 형성한다. 그리고 전시가 끝난 후 조금 더 공간 깊숙이 발걸음을 옮기면 조형관-비물질에 들어선다. 2번째 조형관의 작품들은 빛과 물 등 비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, 이런 특성에 맞게 작품들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.

조형관을 지나면 방공호의 긴 터널을 마주할 수 있는데, 1통로부터 제3통로까지 신인류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을 볼 수 있다. 1통로를 지나면 자연스레 문학관-시작기를 볼 수 있다. 시작기는 기존 문학관과 달리 하이테크적인 부품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, 공간의 중앙에는 염소를 안고 있는 AI 랭보가 배치되어 있다. 랭보로부터 신인류 프로젝트와 공간 전체의 설명을 들을 수 있고, 왼편에 있는 기계가 현재 전시중인 작가들의 필체로 작품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.

시작기를 나오게 되면 제 2통로를 지날 수 있고, 곧바로 문학관-절필기에 들어가게 된다. 절필기는 랭보가 문학이란 행동을 영위하지 않는 때를 의미하는데, 이때 관람자들도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. 문학관 절필기는 랭보의 장례식에 쓰였던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바닥의 라이트는 그 시절 지나간 마차 자국을 의미한다. 절필기를 나오면 유레카라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.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며 영감을 얻고 싶을 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닥과 천장은 실시간으로 우주와 렌더링이 진행되며 돛단배를 타며 유유히 머리를 식힐 수 있다.

유레카와 제 3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공간은 아이소메트릭 소극장이다. 우리가 알던 입면적 전시가 아니라 행위 예술가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소극장으로 무중력을 컨셉으로 선정해 만들었다.

신인류 프로젝트의 주안점은 신인류가 된 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, 잊혀진 방공호를 다시금 드러내어 외면받고 있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비축하고 신인류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다.